음악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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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리뷰: Fiona Apple - Fetch the Bolt Cutters
피오나 애플의 『Fetch the Bolt Cutters』: 날것 그대로인 억압으로부터의 해방 선언2020년 4월, 세상이 멈춰버린 듯한 그 시점에 피오나 애플은 기다리지 않았다. 그녀는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니까. 다섯 번째 정규 앨범 Fetch the Bolt Cutters는 거의 8년 만에 발표된 신작임에도, 긴 공백의 무게를 감춘 채 마치 한 줄기 짐승의 외침처럼 음악계를 뒤흔들었다. 지나치게 연마된 팝 사운드와 철저히 계산된 이미지가 넘쳐나는 시대 속에서 이 앨범은 오히려 낯설 만큼 솔직하고, 거칠고, 해방적이다.앨범은 그녀의 베니스 비치 자택에서 대부분 녹음됐고, 그 안엔 집 안 곳곳의 소리들이 녹아 있다. 삐걱거리는 마룻바닥, 컹컹 짖는 개들, 그리고 식탁과 가구를 두드려 만든 리듬들. 그녀..
2025.05.27 02:16 -
앨범 리뷰: This Is Why – Paramore
포스트펑크 전환과 서른 즈음의 카타르시스5년이라는 공백기, 그동안 멤버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음악을 탐색하고 쉼을 가졌다. 그리고 마침내 Paramore가 돌아왔다. 이번엔 After Laughter 의 팝적 반짝임도, Riot! 의 감정적 폭발도 아니다. This Is Why는 훨씬 더 날카롭고 조밀하며, 무엇보다도 조심스럽다. 세상과 자기 자신에 대한 환멸, 그리고 무력한 분노를 담은 이 6번째 정규 앨범은, 지금까지의 Paramore 중 가장 성숙하고 집중력 있는 결과물일지도 모른다.이건 무턱대고 새로움을 좇는 변신이 아니다. Paramore는 이제 나이를 먹었고, 이 세계를 새롭게 직시해야 했으며, 동시에 자신들의 과거를 껴안아야 했다. 그 고민이 고스란히 드러난 이 앨범은 포스트펑크, 댄스펑크, ..
2025.05.24 11:31 -
앨범 리뷰: Ants from Up There – Black Country, New Road
Black Country, New Road의 처절하고도 아름다운 백조의 노래Ants From Up There는 그 자체로 모순을 안고 태어난 앨범이다. 블랙 컨트리, 뉴 로드(Black Country, New Road)의 두 번째 정규 앨범이자, 프론트맨 아이작 우드가 정신 건강 문제로 탈퇴를 선언한 직후 발매된 이 작품은, 절정으로 치닫다 끝내 도달하지 못한 어떤 장대한 감정의 잔향처럼 남는다. 약속과 끝맺음이 공존하는 순간, 이 앨범은 그렇게 전설이 되기 시작했다.데뷔 앨범 For the First Time이 포스트펑크, 클레즈머, 난해한 낭독으로 이루어진 혼란의 유희였다면, Ants From Up There는 훨씬 더 멜로디 중심적이고 감정적으로 정제된 그의 자매 같다. 실험적인 날카로움은 줄어들었..
2025.05.23 16:00 -
앨범 리뷰: Jessie Ware – What’s Your Pleasure?
Jessie Ware – What’s Your Pleasure?황홀한 디스코로의 우아한 귀환2020년 6월, What’s Your Pleasure? 는 어두운 시기를 뚫고 반짝이는 미러볼처럼 등장했다. 영국 싱어송라이터 제시 웨어의 네 번째 정규 앨범은 단순한 음악적 변신이 아니라, 그야말로 전면적인 재탄생에 가까웠다. 이전의 내밀하고 감성적인 분위기를 벗어던지고, 땀과 관능이 어우러진 무도회장으로 당당히 걸어들어간 것이다.이미 웨어의 디스코그래피에 익숙한 이라면, 이 앨범이 새롭지만 동시에 낯익게 느껴질 수도 있다. 데뷔작 Devotion이나 Tough Love에서 들려주던 소울풀하고 미니멀한 사운드에서 벗어나, 이번 작품은 화려하고 볼륨감 넘치는 디스코의 세계로 깊숙이 빠져든다. 하지만 이건 단순한 ..
2025.05.22 17:19 -
한국대중음악상의 선택, ‘음악만세’가 특별한 이유
단편선 순간들의 '음악만세' 단편선 순간들의 2024년 신작 '음악만세'는 음악가 단편선이 '회기동 단편선'과 '단편선과 선원들' 시절을 거치며 쌓아올린 독특한 음악 세계를 가장 다채롭게 펼쳐낸 작품이다. 재즈, 민속음악, 아트록, 현대음악 등 장르를 넘나드는 혼종적 실험으로 가득 찬 아홉 트랙이 담겨 있다. 이번 앨범에는 피아니스트 이보람, 베이시스트 송현우, 드러머 박재준, 기타리스트 박장미 등 다양한 연주자들이 참여했다. 또한, 공연예술단체 뭄플레이의 안무가 김이슬과의 협업을 통해 세 편의 댄스필름을 제작하는 등 다른 장르와의 융합을 시도했다. 독립단편선 순간들 - 독립앨범의 첫 곡이자 가장 주목할 만한 트랙 중 하나인 '독립'은 '노래'라기보다 하나의 '외침'처럼 들린다. 직선적이고 절박한..
2025.03.31 13:51 -
SF적 상상력을 표현한 신스팝 사운드, Magdalena Bay의 'Imaginal Disk'리뷰
Magdalena Bay는 보컬리스트 미카 테넨바움(Mica Tenenbaum)과 프로듀서 매튜 르윈(Matthew Lewin)으로 구성된 미국의 신스팝 듀오다. 이들은 실험적인 음악 스타일과 강한 서사적 접근으로 주목받아 왔다.2024년 8월 23일에 발매된 두 번째 정규 앨범 Imaginal Disk는 인간성과 정체성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콘셉트 앨범이다. 15개의 트랙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가상의 인물 True를 중심으로 한 컨셉 앨범이다. 'Imaginal Disk'라는 장치는 이상적인 자아를 찾기 위해 그녀의 이마에 이식되지만, 결국 그녀의 몸은 그것을 거부하고 인간성을 되찾아가는 과정이 그려진다. 현대 기술과 인간성의 경계를 탐구하는 작품이다.앨범은 신스팝, 댄스팝, 일렉트로닉 록 등..
2025.03.27 15:29 -
2025년 케이팝을 대표할 음악: 엔믹스(NMIXX) - KNOW ABOUT ME
엔믹스(NMIXX)의 신보 Fe3O4: FORWARD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트랙 중 하나가 바로 'KNOW ABOUT ME'다. 이 곡은 그룹이 가진 독창적인 색채를 유지하면서도, 기존의 복잡한 구성에서 벗어나 보다 직관적이고 세련된 흐름을 보여준다. 단순하지만 강렬한 비트, 엔믹스의 새로운 무기'KNOW ABOUT ME'는 과감하게 미니멀한 비트 위에서 출발한다. 묵직한 베이스라인과 간결한 드럼 비트가 전면에 나서며, 트렌디한 사운드 속에서도 엔믹스의 보컬과 랩이 최대한 돋보이도록 설계됐다. 기존의 곡들이 다층적인 편곡과 급격한 변주로 전개되는 경우가 많았다면, 이번 트랙은 오히려 하나의 강한 리듬을 중심으로 밀고 나가며 집중도를 높인다. 무엇보다도, 'KNOW ABOUT ME'는 2025년 ..
2025.03.24 1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