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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앨범 리뷰: Jessie Ware – What’s Your Pleasure?
    음악/음악 추천 2025. 5. 22.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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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ssie Ware – What’s Your Pleasure?
    황홀한 디스코로의 우아한 귀환

    2020년 6월, What’s Your Pleasure? 는 어두운 시기를 뚫고 반짝이는 미러볼처럼 등장했다. 영국 싱어송라이터 제시 웨어의 네 번째 정규 앨범은 단순한 음악적 변신이 아니라, 그야말로 전면적인 재탄생에 가까웠다. 이전의 내밀하고 감성적인 분위기를 벗어던지고, 땀과 관능이 어우러진 무도회장으로 당당히 걸어들어간 것이다.

    이미 웨어의 디스코그래피에 익숙한 이라면, 이 앨범이 새롭지만 동시에 낯익게 느껴질 수도 있다. 데뷔작 Devotion이나 Tough Love에서 들려주던 소울풀하고 미니멀한 사운드에서 벗어나, 이번 작품은 화려하고 볼륨감 넘치는 디스코의 세계로 깊숙이 빠져든다. 하지만 이건 단순한 복고가 아니다. 과거를 흉내내는 게 아니라, 과거를 품에 안고 새롭게 숨을 불어넣는 방식이다.

     

    감각과 디테일의 승부

    Jessie Ware - Spotlight

    오프닝 트랙 “Spotlight”는 앨범의 성격을 단번에 드러낸다. 현악기의 유려한 흐름이 무대의 커튼처럼 열리고, 묵직한 신스와 부드러운 보컬이 한껏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이 곡은 클럽의 조명 아래에서 울려 퍼져야 마땅하지만, 혼자 이어폰으로 들어도 마법처럼 몰입된다.

     

    Jessie Ware - What's Your Pleasure?

    프로듀서 제임스 포드는 이 앨범의 숨은 MVP다. Simian Mobile Disco 출신답게 댄서블하면서도 정교한 사운드를 구현해냈다. “Ooh La La”나 “What’s Your Pleasure?” 같은 트랙은 이탈로 디스코와 훵크의 리듬을 능숙하게 가져오며 유려하게 흐르고, “Soul Control”은 프린스와 자넷 잭슨을 떠올리게 하는 감각적인 리듬으로 청자를 사로잡는다.

    가사는 노골적이지 않으면서도 대담하고, 관능적이되 세련된 방식으로 욕망을 이야기한다. 웨어는 감정과 에로스를 능숙하게 조율하며, 자극적이지 않게 ‘욕망의 언어’를 풀어낸다.

     

    자유를 향한 우아한 질주

    What’s Your Pleasure? 의 가장 큰 매력은 그 안에 흐르는 '기쁨'의 감정이다. 팬데믹으로 세계가 정지된 와중, 이 앨범은 다른 차원의 문을 열어주었다. 모두가 그리워하던 밤, 움직임, 접촉의 감각을 음악으로 되살린 것이다.

    단순한 현실 도피가 아니다. 제시 웨어는 이번 앨범을 통해 자기 안의 디바를 완전히 꺼내 보인다. 그동안 대중성과 예술성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던 커리어는 이제 더없이 단단하고 자신감 넘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글래머와 캠프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끌어안되, 음악적인 완성도는 결코 희생하지 않는다.

    이런 변화는 비평가들에게도 즉각적으로 인정받았다. 복고 감성을 자극하면서도, 새로운 감각과 연결 지점을 만들어냈기 때문. 단순한 추억팔이에 그치지 않고, 팝의 현재와 미래에 관한 대답이기도 하다.

     

    마지막 트랙까지 이어지는 완성도

    Jessie Ware - Remember Where You Are

    앨범에는 버릴 곡이 없다. 각 트랙은 매끄럽게 이어지고, 흐름은 영화처럼 자연스럽다. 다소 느린 템포의 “Remember Where You Are”는 이 화려한 여정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감성적인 피날레다. 오케스트레이션과 보컬 하모니가 겹겹이 쌓이며 여운을 남긴다.

    What’s Your Pleasure?는 단순히 디스코를 재현한 앨범이 아니다. 세심한 구성, 현대적인 해석, 그리고 무엇보다도 진심이 느껴지는 '즐거움'이 가득한 작품이다. 제시 웨어는 마침내 자신의 목소리와 정체성을 가장 또렷하게 드러냈고, 그것은 그 어느 때보다 빛난다.

    평점: 8/10
    심야 감상에 완벽한 필청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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