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리뷰: Ants from Up There – Black Country, New Road

2025. 5. 23. 16:00음악/음악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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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 Country, New Road의 처절하고도 아름다운 백조의 노래

Ants From Up There는 그 자체로 모순을 안고 태어난 앨범이다. 블랙 컨트리, 뉴 로드(Black Country, New Road)의 두 번째 정규 앨범이자, 프론트맨 아이작 우드가 정신 건강 문제로 탈퇴를 선언한 직후 발매된 이 작품은, 절정으로 치닫다 끝내 도달하지 못한 어떤 장대한 감정의 잔향처럼 남는다. 약속과 끝맺음이 공존하는 순간, 이 앨범은 그렇게 전설이 되기 시작했다.

데뷔 앨범 For the First Time이 포스트펑크, 클레즈머, 난해한 낭독으로 이루어진 혼란의 유희였다면, Ants From Up There는 훨씬 더 멜로디 중심적이고 감정적으로 정제된 그의 자매 같다. 실험적인 날카로움은 줄어들었지만, 음악적 깊이는 오히려 더 깊어졌고, 밴드의 정체성은 조금도 훼손되지 않았다.

 

상처받은 보컬, 열린 감정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변화는 보컬의 방식이다. 이전의 절제된 읊조림 대신, 이번엔 아이작 우드가 떨리는 목소리로 노래한다. 부끄러울 정도로 솔직하고, 가끔은 무너질 듯한 그의 보컬은 이 앨범의 핵심 감정선을 이끈다.

Black Country, New Road - 'Concorde'

“Concorde”는 그 대표적인 예다. 우드는 스스로를 콩코드 비행기에 비유하며, 빠르고 아름답지만 결국 운명 지어진 추락을 이야기한다. “나는 모든 산을 오르며 네 빛을 찾았어”라는 구절에서 그의 갈망과 절망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현악기와 클라리넷, 점층적으로 상승하는 기타 라인이 그 감정을 정교하게 감싸 안는다.

 

Black Country, New Road - “The Place Where He Inserted the Blade”

이 앨범의 편곡은 정중하면서도 폭발적이다. “Snow Globes”나 “The Place Where He Inserted the Blade” 같은 곡은 하나의 작은 교향곡처럼, 천천히 쌓이고 부풀다가 끝내 터져버린다. 포스트록의 장엄함을 기반으로 하되, 실내악과 인디 록의 감성을 한데 섞은 독특한 결이다. Arcade Fire가 떠오를 수도 있겠지만, 이들의 음악은 훨씬 더 기이하고, 어둡고, 깨질 듯 여리다.

 

집착과 서툰 고백

아이작 우드의 가사는 집착적이다. 동일한 구절이 반복되며 맥락을 달리해 되돌아오고, 듣는 이의 마음을 파고든다. “빌리 아일리시 스타일이었어” 같은 문장은 처음엔 농담처럼 들리지만, 반복될수록 묘한 슬픔을 품는다. 유치할 정도로 솔직한 이 고백들은 오히려 진심을 더욱 날카롭게 드러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정의 과잉으로 흐르지는 않는다. 밴드의 나머지 멤버들은 절제된 연주로 우드의 감정을 안정시킨다. 타일러 하이드의 베이스, 조지아 엘러리의 바이올린, 루이스 에반스의 색소폰까지—모든 소리가 필요한 만큼만, 정확히 그 순간에 등장한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작별 인사

Black Country, New Road - 'Basketball Shoes'

“Basketball Shoes”는 앨범의 클라이맥스이자 작별인사 같은 곡이다. 12분에 달하는 이 트랙은 앨범 전반에 걸친 모티프를 모아 정서적 폭발로 밀어붙인다. 우드가 “너, 파란 새 드레스를 입고 / 날씨를 가져가”라고 외칠 때, 그간 쌓아온 감정이 한꺼번에 무너져내린다. 듣는 이 역시 그 무너짐 속에 조용히 함께 침몰한다.

이 앨범은 어떤 의미에선 작별 인사다. 의도했든 아니든, Ants From Up There는 밴드의 절정이자, 그 절정이 끝났음을 보여주는 기록이 됐다. 비행과 추락, 사랑과 상실, 가까움과 이별—그 모든 테마가 하나의 서사로 완성된다.

 

총평

Ants From Up There는 이미 클래식처럼 느껴지는 보기 드문 앨범이다. 장르적 경계를 넘나들고, 감정의 깊이를 헤집고, 때론 절제되고 때론 거칠게 폭발하는 이 앨범은 그 자체로 하나의 드라마다. 2022년 최고의 앨범 중 하나임은 물론이고, 이 시대가 가진 슬픔과 아름다움을 가장 정확히 표현한 작품 중 하나다.

평점: 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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