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리뷰: Weyes Blood - And In The Darkness, Hearts Aglow

2025. 6. 3. 04:31음악/음악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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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앨범은 새벽 두 시에 혼자 누워 천장을 바라보거나 창밖을 멍하니 보게 만들곤 한다. Weyes Blood의 And In The Darkness, Hearts Aglow는 바로 그런 앨범이다. 몽환적이고 감정의 결이 깊은 이 작품은 오래된 시대에서 온 듯한 분위기를 지니면서도, 현재를 살아가는 감각을 정확히 포착하고 있다.

Weyes Blood는 나탈리 머링(Natalie Mering)의 프로젝트다. 그녀의 음악을 처음 접한다면, 1970년대 포크 팝의 감성을 떠오른다. 카렌 카펜터(Karen Carpenter)나 조니 미첼(Joni Mitchell)의 목소리를 연상시키며, 현대의 혼란과 아름다움을 시처럼 기록한 음악을 들려준다. 전작 'Titanic Rising' 이 비평가들의 극찬을 받은 작품이었다면, 이번 앨범은 그보다 더욱 개인적이며 조용한 방식으로도 웅장하다.

 

Weyes Blood - It’s Not Just Me, It’s Everybody

첫 곡 “It’s Not Just Me, It’s Everybody”는 앨범의 방향성을 분명하게 제시한다. 하프와 부드러운 멜로디 위에 고독과 연결에 대한 노랫말이 실려 있다.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사운드에는 따뜻함이 배어 있다. 세상의 균열과 불확실성을 이야기하면서도 청자를 위로하는 감정이 담겨 있다.

앨범의 전반적인 사운드는 섬세하고 풍부하다. 오케스트라적 스트링, 아날로그 질감의 신시사이저, 그리고 빈티지한 분위기의 악기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오래된 레코드판에서 흘러나올 법한 소리와 현대적인 감성이 조화를 이루며 독특한 청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Weyes Blood - God Turn Me Into a Flower

그 중에서도 “God Turn Me Into a Flower”는 특히 눈에 띄는 곡이다. 이 곡은 정적인 아름다움을 지닌다. 미니멀한 구성으로 시작해 서서히 사운드가 확장되며, 후반부에는 샘플링된 새소리와 신디사이저 아르페지오, 합창의 하모니는 압도적인 분위기를 형성한다. 이 소리들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곡의 정서를 이끄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노래가 진행되면서, 음악은 점점 자연의 소리와 융합되고, 시간의 흐름조차 느리게 만드는 듯한 인상을 준다. 새소리와 신시사이저는 마치 햇빛이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장면처럼 부드럽게 이어지며, 청각적인 몰입감을 극대화한다. 음악이 끝나는 순간조차도 마치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형태로 변하는 듯한 감각을 남긴다. ‘꽃이 되게 해달라’는 곡의 주제를 소리로 형상화한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이 곡은 Weyes Blood가 얼마나 독창적인 음악가인지를 잘 보여준다. 그녀는 시간을 멈추게 만들고, 청자가 감정에 천천히 잠길 수 있도록 유도한다. 앨범 전체는 이러한 분위기를 일관되게 유지하며, 슬픔과 외로움, 경이로움이 공존하는 공간을 만들어낸다.

And In The Darkness, Hearts Aglow는 감정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게 만드는 앨범이다. 흘려듣기보다, 조용히 마주 앉아 음 하나하나에 집중하게 만든다. 빠르게 지나가는 일상 속에서 감정의 여운을 되새길 수 있는 음악으로, 그 자체로 하나의 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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