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순수함과 해체된 가족 : 영화 <배틀로얄> | kiddo 영화 이야기

2024. 8. 22. 23:08영화/영화 이야기

경고: 이 글에는 영화 <배틀로얄>에 대한 주요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직 영화를 보지 않으셨다면, 영화를 먼저 시청하시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처음에는 도발적인 스릴러 영화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깊이가 깊었다. 연출과 연기는 B급 영화처럼 보였지만 여러 은유를 활용한 사회비판적인 영화였다. 이 작품은 일본의 버블경제 붕괴 이후에 나온 작품이기 때문에 시대적 면모를 담고 있다. 가혹한 현실에 직면하고 기성세대와 단절된 채 무기력해지는 청소년기 아이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는 비슷한 시기에 나온 <신세기 에반게리온>이 떠오르기도 한다.

 

  '세대 간의 단절'과 '순수함의 상실'은 이 영화의 핵심이다. 한때 순진했던 아이들은 가장 원초적인 본능과 맞서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되고, 이는 사회 질서의 붕괴로 이어진다. 우정과 사랑으로 정의되었던 그들의 관계는 두려움, 불신, 생존을 위한 투쟁이라는 시험대에 올라간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아이들은 신뢰, 배신, 사랑, 절망, 저항, 평화, 폭력, 협력 등 각자 다른 방식으로 살려고 노력한다. 이 과정에서 어른들의 보호를 받아야 할 아이들은 순수함을 잃게 된다. 살인을 저지르지 않으려던 슈야도 노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결국 키타노에게 총을 쏘게 된다. 하지만 키타노가 슈야에게 쏜 것은 물총이었다. 아이들이 저항하는 어른들의 권력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사실은 부질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어른들도 똑같이 무력감을 경험하기 때문인데 키타노는 학생들에게도 무시당하고, 자신의 딸에게도 무시당하며, 젊은 세대와는 완전히 단절된 외로운 어른으로 보인다. 슈야의 부모님과 미츠코의 어머니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키타노와 노리코의 관계를 통해 세대 간 연결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키타노는 다른 학생들에게 보이는 적대감과는 달리 노리코에게 거의 아버지와 같은 애정을 드러낸다. 그는 노리코를 통해 자신이 갈망했던 순수함을 보았고 세대간의 소통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키타노와 노리코의 꿈

 

 또한 주변의 폭력에 물들지 않은 노리코는 이 암울한 이야기에서 희망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그녀는 친구들과 똑같은 잔혹한 게임을 강요당하면서도 누구도 죽이지 않아 순수함을 잃지 않는다. 키타노가 그녀를 위협할 때에도 키타노에 대한 그녀의 태도는 배틀로얄에서의 폭력 및 배신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슈야가 노부와의 약속으로 노리코를 지키는 것도 순수함을 잃지 않으려는 모두의 노력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노리코는 아이의 순수함과 세대 간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잠재력을 모두 지닌 희망의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녀는 이러한 특성이 빠르게 붕괴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세상에서 인간성과 연결을 유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본질적으로 사회 질서의 붕괴, 순수함의 상실, 세대 간의 분열에 대한 영화의 탐구는 노리코와 주변인들과의 관계에 요약되어 있다. 영화는 극단적인 폭력과 권위주의적인 통제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그러한 폭력의 부조리함과 그것이 청소년과 성인 모두에게 미치는 정서적, 심리적 피해를 낱낱이 보여준다. 이 영화는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를 보호하지 못하는 모습을 비판하지만, 노리코라는 인물을 통해 순수함과 유대감이 여전히 팽배할 수 있는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미한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